통일(統一)추진에 ‘현실(現實) 진단’ 냉철해야
매일신문(每日新聞) 창간(創刊) 46주년 기념(紀念) 특별회견
기 자) 북방외교(北方外交)와 통일외교(統一外交)가 6공(共)의 업적이란 평가엔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실정 입니다.
이제 그 마무리 작업으로 남북정상회담(南北頂上會談)이 추진되고 있는데 현재 어디까지 진척되고 있으며 시기·장소·의제 등은 어떻게 될 것인지요.
대통령) 남북한(南北韓) 관계(關添)의 획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나 민족의 평화통일을 앞당기기 위해서 정상(頂上)간의 만남이 적절한 시기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남(南)과 북(北)이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대단히 신중하게 다루지 않으면 안될 일로서 앞질러서 밝힐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기 자) 남북통일(南北統一)은 언제쯤 이뤄지리라고 예상하십니까.
대통령) 국제정세(國際情勢)의 변화는 통일의 가능성을 앞당기고 있으나 서둔다고 빨리 이뤄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국제정세의 흐름과 남북한의 현실을 냉철히 진단하면서 인내와 성의를 갖고 성실히 일을 추진할 때 북한의 호응도 촉진할 수 있고 통일이 빨리 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꾸준히 노력하면 통일(統一)은 이 세기(世紀)가 끝나기 전에 이뤄질 수도 있다고 믿습니다.
기 자) 6공(共)을 평가할 때 ‘외화내빈(外華內貧)’이란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는 내정(內政)은 시원찮지만 외치(外治)는 화려했다는 지적인데 6공(共) 치적 중 미흡한 분야가 특히 경제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물가불안(物價不安)·외채증가·수출부진 등 어려운 경제문제(經濟問題)를 해결하기 위해 남은 임기 중 어떤 대책을 추진하실 것인지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대통령) 우리 경제(經濟)는 지난 4년 동안 연평균 9.2%의 높은 실질성장(寶質威長)을 이룩, 경제규모(經濟規模) 자체가 2배 이상 커졌습니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빠르게 진전된 민주화(民主化) 과정에서 사회 각계각층의 욕구가 한꺼번에 분출, 안정기반과 대외경쟁력(對外競爭力)이 약화되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점들을 인식, 정부는 제조업(製造業) 경쟁력 강화 대책에 더욱 주력하면서 총수요 억제 등 경제안정화(經濟安定化) 시책을 적극 추진 중입니다. 현재 물가가 다소 불안하고 무역적자(質易赤字)가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닙니다. 소비증가(消費增加) 등 몇 가지 물가불안 요인이 상존해 있으므로 정부는 주요 생필품을 중심으로 물가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외채(外債) 문제에서 작년 말 우리의 총외채(總外債)에서 해외자산을 뺀 순외채는 124억 달러로 국민총생산(國民總生産)(GNP)의 4.6% 수준이며 1987년 순외채(純外債)는 224억 달러(GNP의 17.4%)였습니다. 1985년 355억 달러(GNP의 39.6% )에 비하면 걱정할 일이 못될 것입니다.
정부는 기업과 근로자의 노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서 물가 및 금리안정(金利安定), 사회간접자본시설(社會間接資本施設) 확충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기 자) 14대 총선(總選) 민자당(民自黨) 공천자(公薦者)는 계파를 초월, 참신성·도덕성·당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선정할 것이라고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는데 많은 낙천자(落薦者)들은 당(黨)이 이러한 심사기준을 이행치 않았다고 반발하고 있고 일부는 탈당(脫黨)까지 했습니다.
탈당자 가운데는 국회와 당에서 요직을 맡았던 중진(重鎭)도 상당수 있는데 이 같은 공천 후유증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통령) 공천(公薦)에 탈락한 분들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 안배 형식의 공천으로 몇몇 아까운 분들이 탈락됐다는 일부의 지적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심사기준은 최우선적으로 고려됐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공천에 탈락하신 분들의 섭섭한 심정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마음을 정리, 대승적(大乘的) 차원(次元)에서 당(黨)의 결정에 흔쾌히 따라줄 것으로 믿습니다.
기 자) 이번 총선(總選)에서 민자당(民自黨)이 어느 정도의 의석을 확보하리라고 보십니까.
대통령) 정치안정(政治安定) 속에서 민주주의를 뿌리 내려야 한다는 우리 국민의 여망은 매우 큰 것 같습니다.
국민들은 이번 선거(選擧)에서 민자당(民自黨)이 원내 안정의석(安定議席)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지를 보내줄 것입니다.
기 자) 이번 총선(總選)에 출마하려는 5공(共)핵심인사들이 불출마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고 또 일부는 출마포기를 했습니다.
이른바 연희동(延禪洞)측으로 지칭되는 5공(共) 주체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리 하시려는지요
대통령) 지난날 ‘과거청산’과 관련, 오해가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만 일부에서의 추측처럼 갈등만 계속돼 온 것은 아닙니다.
특정 인사(人士)의 출마(出馬)에 대해 어떤 압력이나 제재를 가한 일은 없습니다.
나는 5공 당시 활약하던 분들이 나라를 위해 계속 일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 자) 야당(野黨)을 비롯한 일부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地方自治團體長) 선거(選擧) 연기가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며, 선거를 언제까지 연기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십니까.
대통령)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연기는 한 해 동안 선거를 4차례나 치르고는 우리 경제(經濟)가 견뎌내지 못할 것이란 각계각층의 강력한 충고와 여론을 바탕으로 내린 결단입니다.
우리 경제가 무너지면 민주주의(民主主義)도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14대 국회가 구성되면 관련법을 손질하게 될 것이며 따라서 법률적인 문제는 자동적으로 해소되게 됩니다.
기 자) 남북이 통일(統一)될 경우 엄청나게 이질화된 문화가 큰 부작용을 가져 올 것이라고 말합니다. 남북문화(南北文化)의 동질화를 위해 통일 전 활발한 교류(交流)를 추진할 생각은 없으신지요.
대통령) 정부는 남북의 문화예술계 인사 100명으로 ‘민족문화공동위원회(民族文化共同委員會)’를 구성 운영하는 방안, 종합국어대사전 편찬, 국내외 유적 공동발굴 등을 북에 제안하고 있습니다.
전통문화(傳統文化)는 한국인(韓國人)을 한국인답게 하는 우리 문화의 모태(母胎)와 같은 것입니다. 남북한간에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전통문화(傳統文化) 분야인 만큼 이 분야의 교류가 먼저 추진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기 자) 순서가 바뀐 것 같습니다만 대통령께서는 취임(就任) 4주년을 맞으셨는데 지난 4년 동안 국정(國政)을 이끌면서 결정하신 중요정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어떤 것인지요
대통령) 무엇보다 이 땅에 진정한 민주주의(民主主義) 시대를 열겠다는 나의 결단을 밝힌 ‘6·29선언’ 8개항 약속을 모두 실천에 옮긴 것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또 우리 겨레에 많은 고통을 주어 온 분단과 대결의 시대를 끝내고 민족통합(民族統合)의 길을 열겠다는 의지를 밝힌 ‘7·7선언’에 담긴 구상들을 하나하나 실현시킨 것도 보람이지요
또 북방정책의 성공과 유엔 회원국 가입으로 국제사회 내의 지위와 발언권 확보, 3당통합으로 민자당 창당, 주택 200만 호 건설과 땅값과 집값의 안정 속 하락세 유지, ‘범죄와의 전쟁’을 통한 민생치안의 획기적 개선 등이 보람이고 기억에 남는 일들입니다.
기 자) 재임 중 역대 대통령과는 달리 참을성이 많은 것 같으신 데 무슨 비법이라도 있습니까.
대통령) 특별비법이 있겠습니까. 첫째는 천성이고, 둘째는 자라온 환경이 참는 습성을 몸에 배게 한 것 같습니다. 한때는 국정을 다스리지 못하는 대통령으로 비판들도 했겠으나 민주주의를 연 대통령이 권위주의 시대로 되돌리지 않기 위해 고민도 많았으나 이제는 국민들 스스로가 잘했다고 생각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특히 고향인 대구 사람들이 더 욕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참용기’란 말이 있어요. 참고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참용기인’이라고 믿습니다.
기 자) 대통령을 배출한 대구(大邱)·경북(慶北)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 정부의 수혜가 적다고 지역민들의 불만이 많습니다.
특히 1987년 대통령선거(大統領選擧) 공약(公約)을 비롯해 취임 후 고향을 순시할 때마다 공약(公約)한 사업이 적지 않은데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요. 대구국제공항(大邱國際空港) 문제와 섬유산업(纖維産業)지원을 위한 1,000억 원 긴급방출 문제도 궁금합니다.
대통령) 대통령(大統領) 선거(選擧) 때 대구·경북 지역에 약속한 사업은 대구(大邱) 44건, 경북(慶北)이 97건 등 모두 141건이며 이 중 52건이 완료되고 89건이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방순시(地方巡視) 중 고향 발전을 위해 약속한 사업은 모두 19건인데 이중 4건이 완료되고 15건이 추진 중입니다.
대구 시민들의 숙원인 대구국제공항(大邱國際空港) 승격문제는 현재 86억 원의 예산으로 여객터미널·계류장·주차장 시설 등을 확장 중에 있고 군작전상(軍作戰上) 문제, 대구지역의 국제공항 수요와 대형기 취항에 필요한 시설확충에 따른 재원조달(財源調達) 문제 등을 종합해 관계부처(關係部處)가 적극 검토 중입니다.
섬유산업(纖維産業) 지원 문제는 지난 3개월 동안 약 700억 원이 대구지역 섬유업체에 지원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 자) 대구(大邱)가 직할시로 승격된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경북도청(慶北道廳)이 아직 대구시 내에 소재해 도청 유치를 위해 도내 여러 지역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임기 중에 도청이전(道廳移轉) 문제를 해결할 계획을 갖고 계신지요.
대통령) 경북도청 이전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도청이전(道廳移轉)은 국토와 지형의 균형발전과 지역의 역사적 전통, 주민의 생활편의, 도민의 공감대 형성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 모든 여건이 성숙한 시기에 이뤄져야할 것입니다. 아직 도민(道民)들의 합의(合意)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시일이 걸리더라도 도의회(道議會)의 의견과 전체 도민(道民)의 여론을 수렴해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기 자) 이제 임기를 1년 남기셨는데, 이 기간 동안의 국정운영(國政運營) 방안을 밝혀주십시오.
대통령) 정치는 정치권(政治圈)에 맡기고 우리 경제(經濟)의 활력을 되찾는 일과 통일(統一)의 기반을 공고히 다지는 일에 모든 힘을 쏟을 것입니다.
기 자) 퇴임 후엔 어떤 생활을 설계하고 계신지요. 고향에 오셔서 고향발전(故鄕發展)에 여생을 바치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대통령) 당연히 보통사람으로 돌아가 대중탕에 목욕도 가고 테니스도 마음 놓고 칠 것입니다. 전직(前職) 대통령(大統領)으로 국민과 나라를 위해 필요로 하는 일이 있다면 기꺼이 응할 것입니다. 어쨌든 퇴임하면 고향과 더 가까워지게 될 것입니다.
(회견일자 : 199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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