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38회 임시국회 국정연설 | |||||
| 연설일자 | 2003.04.02 | 대통령 | 노무현 | 연설장소 | 국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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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형 | 국회연설 | 출처 | 노무현대통령연설문집 제1권 4월 원문보기 | ||
| 존경하는 국회의장, 그리고 국회의원 여러분, 이 자리를 지켜보고 계신 국민 여러분. 이 곳 민의의 전당에서 국민의 대표이신 국회의원 여러분을 모시고 국정운영에 관한 저의 소견을 말씀드리게 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사실 제가 운이 좋은 대통령이었다면 보다 많은 의원들을 여당으로 모시고, 첫 번째 국회 국정연설을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것도 미래의 국가 청사진에 관해 말씀드릴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처한 상황은 그렇지 못합니다. 저는 이라크전 파병문제부터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많은 의원님들과 국민들이 파병을 반대하고 계십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이번 전쟁이 명분이 없다는 것입니다. 명분이 있고 없음에 대해서 논쟁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또한 반대명분 중에는 이번 전쟁에 우리가 파병을 할 경우 장차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려 할 때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어진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것은 명분론을 전제로 한 현실론인 것 같이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명분은 중요합니다. 앞으로 세계질서도 힘이 아닌 명분에 의해서 움직여져야 합니다. 명분에 의해서 움직여 가는 시대가 와야 합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아직은 명분이 아니라 현실의 힘이 국제정치 질서를 좌우하고 있습니다. 국내정치에서도 명분론보다는 현실론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저는 명분을 중시해온 정치인입니다. 정치역정의 중요한 고비마다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명분을 선택해 왔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지나치게 이상을 추구한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습니다. 심지어는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에 의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1990년 '3당합당' 때도 그랬고, 1995년 통합민주당이 분당될 때도 그랬습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가 이루어진 이후 정 후보는 공동정부를 요구해 왔습니다. 그 당시 저를 돕던 많은 분들은 그 제안을 수용하라고 강력히 권고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선거에 진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저는 패배를 택하겠다고 대답했습니다. 목전에 승패가 갈라질 수 있는 절박한 상황이었지만 저는 명분을 선택했습니다. 그런 제가 이번에는 파병을 결정하고 여러분의 동의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저의 결정에 나라와 국민의 운명이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저에게는 국민 여러분의 안전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에서 낙선하는 것은 제 개인의 문제이고, 더 나가더라도 동지들의 문제일 뿐입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지금 저의 선택은 제 개인의 선택일 수 없습니다. 그 결정에 나라의 운명이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즈음, 미국의 여러 사람들이 수시로 대북 공격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책임 있는 당국자들도 있었습니다. 제가 대북 공격에 반대하면 한미 공조가 흔들리고, 제가 한미 공조를 위하여 대북 공격을 찬성하면 곧 전쟁이 기정사실화 될 수 있을 것만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전쟁만은 막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했습니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한, 미간에는 이견과 갈등이 있었지만 대화를 통해 이를 회복해온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저는 이번에도 이견은 해소될 수 있는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다행히 이견은 해소되었거나, 해소되어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미국의 책임 있는 당국자 그 누구도 대북 공격가능성을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평화적 해결을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29일 외교통상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하였을 때,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라이스' 안보보좌관은 "북한과 이라크는 상황과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북핵 문제도 군사적인 수단을 사용하지 않고 외교적인 방법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을 재차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겨우 발등의 불을 껐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위험은 남아 있습니다. 저는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의 조언도 들었습니다. 명분에 발목이 잡혀 한미관계를 갈등관계로 몰아가는 것보다, 오랜 동안의 우호관계와 동맹의 도리를 존중하여 어려울 때 미국을 도와주고 한미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이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길이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우리가 원하지 않는 한 한반도에서는 어떤 전쟁도 없을 것입니다. 우리와의 합의가 없는 한 미국은 북핵 문제를 일방적으로 처리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약속은 반드시 지켜질 것입니다. 저는 그동안 대등한 한미관계를 여러 차례 강조해 왔습니다. 그러나 대등한 한미관계는 국민의 생존이 안전하게 보장되었을 때 비로소 가능한 것입니다. 대등한 한미관계를 위하여 국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결정을 한다면, 그것은 무모한 결정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당선자 시절부터 '先 북핵 해결, 後 SOFA 개정'을 말해 왔습니다. 앞으로 대등한 한미관계를 위해서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이라크 사태도 그 명분을 두고 많은 논란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북핵 문제의 해결과정에서도 명분상의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미국이나 국제사회도 명분에 따라서만 태도를 결정하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굳건한 한미공조가 중요한 것입니다. 저는 어려운 우리 경제도 생각했습니다. 저는 전쟁 가능성에 대한 불안이 우리 경제를 어렵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미국의 대북 공격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기도 하고, 한반도에 전쟁이 없을 것임을 국제투자가들에게 누누이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투자자들을 만나본 결과, 그들은 제 생각과는 달랐습니다. 전쟁의 위험에 대한 현실적 가능성보다는 한미관계의 갈등요소를 더 큰 불안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파병 결정은 이들의 불안을 해소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마음을 하나로 모아 주십시오. 저를 믿고, 또 우리 국회를 믿고 힘을 모아주십시오. 한반도의 평화는 반드시 지켜내겠습니다. 그리고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를 반드시 성공시켜 내겠습니다.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결단을 내려 주시기 바랍니다.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선택에 우리의 운명이 달려 있습니다. 대통령의 성의를 보고 결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바로 여러분들이 국민의 대표로서 당당하게 소신을 가지고 국민의 운명을 결정해주셔야 합니다.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이제 경제문제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 경제가 어렵습니다. 힘을 모읍시다. 우리가 합심하면 우리는 이 어려움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보다 더 큰 어려움도 여러 차례 이겨낸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와 정부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극복해내겠습니다. 어렵다고 단기부양책을 쓰지는 않겠습니다. 89년 말 '6공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막대한 돈을 증권시장에 쏟아 부었습니다. 이로 인해 집 값, 전세 값이 폭등했습니다. 많은 직장인들이 서울에서 지방으로 밀려났습니다. 그마저도 감당할 수 없었던 사람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경제의 체질은 나빠져 버렸습니다. 93년 '문민정부'는 '신경제 100일 계획'이라는 이름을 내세우고 또다시 돈을 푸는 정책을 썼습니다. 그리고 5년 후 우리 경제는 IMF 위기라는 파탄을 맞고 말았습니다. 반면에, 97년 외환위기 이후 '국민의 정부'는 구조조정과 개혁을 추진했습니다. 그 결과 우리 경제의 체질은 훨씬 더 튼튼해진 것이 사실입니다. 기업의 재무구조는 획기적으로 개선되었고, 상호지급보증의 고리도 끊어졌습니다. 더 이상 청와대나 실력자의 전화를 받고 대출해주는 은행도 없어졌습니다. 바꿔진 체질을 바탕으로 우리 경제는, 지난해까지 중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경제성장을 이룩해 왔습니다. 불경기로 아우성쳤던 2001년조차도 3.1%의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이것은 우리와 경쟁하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괄목할만한 성과입니다. 무역수지 흑자 행진도 계속되었습니다. 경제의 건강성도 상당히 좋아졌습니다. 'SK글로벌 회계부정사건'이 발생했음에도, 큰 충격 없이 극복해 나가고 있습니다. 만일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SK글로벌 사건'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면 또 다시 우리 경제를 주저앉게 했을지도 모릅니다. 경제는 원칙과 일관성이 중요합니다. 개혁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세계경제의 침체와 이라크전쟁이 우리 경제를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북핵 문제도 어려운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국내적으로도 가계부채의 부실로 인한 금융불안과, 소비위축으로 인한 수요부족이 우리 경제를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정부'가 2001년 불경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개혁의 고삐를 늦추고, 심지어 부동산 경기를 부추기기도 하고, 무분별한 가계대출의 확대를 방치했던 결과입니다. 그러나 국민 여러분,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정부는 이미 대책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부동산시장은 안정돼 가고 있습니다. 'SK글로벌 사건'이 큰 충격을 주었지만, 금융기관과 정부가 협력하여 대처한 결과, 금융시장은 이제 안정돼 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혹시 있을지 모르는 금융시장의 위기에 대비하여 정부는 제2, 제3의 방어벽도 마련해두고 있습니다. 어려움은 반드시 극복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앞서 말씀드린 대로, 그동안 우리 경제는 많은 개혁을 이루어왔습니다. 그러나 'SK글로벌 사건'에서 보듯이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투명성을 더욱 높여야 합니다. 이제는 '이중장부'의 시대는 아닙니다. 시장이 이를 용납하지 않습니다. '이중장부'를 가지고는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없습니다. '증권관련 집단소송제'를 조기에 도입하고, '기업회계제도'를 국제기준에 맞게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지배구조의 개선도 필요합니다. 지금과 같은 불합리한 지배구조로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어렵습니다. 비효율적인 투자를 유발하고 종국에는 경제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습니다. '사외이사제도'의 내실화를 기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불공정한 거래관행도 아직 남아 있습니다. 시장지배력이 남용되거나 약자와 이해관계자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되어서는 안 됩니다. '부당내부거래'를 지속적으로 시정해 나가겠습니다. 참여정부는 지속적인 개혁을 통해서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을 만들어나갈 것입니다. 제도를 개혁하고, 또 현실과 제도에 괴리가 있을 때는 현실을 제도에 맞춰나가야 합니다. 이러한 개혁은 지속되어야 합니다. 다만, 몰아치기 수사나 특정 기업에 대한 표적수사는 하지 않겠습니다. 경제계와 학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향후 3년 정도의 계획을 세워서 시장개혁을 차근차근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보통의 기업이 성의 있게 노력하면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개혁을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다만, 'SK글로벌 사건'과 같이 시장에서, 또는 일상업무의 과정에서 적발된 위법사실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대로 처리해 나가겠습니다. 자연스럽게 노출된 사건을 억지로 덮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저의 임기 말에는 선진국 수준의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을 만들겠습니다. 현재 40위인 '투명성지수(TI)' 순위를 아시아 최고 수준인 20위권으로 반드시 올려놓겠습니다. 우리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야 합니다. 투자가 늘어나기 위해서는 시장이 넓어져야 하고, 시장을 넓히기 위해서는 우리 상품의 기술경쟁력이 높아져야 합니다. 시장은 상품의 경쟁력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핵심은 기술혁신입니다. 이제 제2의 과학기술입국이 필요합니다. 저는 이 같은 신념으로 산업기술과 원천기술, 기반기술은 물론, 기초과학에 이르기까지 과학기술을 골고루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이를 토대로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을 반드시 이루어내겠습니다. 기술개발의 주체는 곧 사람입니다. 인재양성이 기술개발의 핵심입니다. 고급 과학기술 연구인력은 물론, 산업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기술인력 양성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산, 학, 연 연계체제도 더욱 내실 있게 갖춰가겠습니다. 그래서 과학과 기술이 그 자체의 발전에 머물지 않고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동력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노사문화도 이제 달라져야 합니다. 불신과 대결의 노사관계를 가지고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대화와 타협의 노사문화를 가꾸어나가야 합니다. 이제는 노동조합도 파업과 투쟁을 결정하기 전에, 먼저 대화와 타협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대화와 타협을 위해서는 노사간의 신뢰가 중요합니다. 신뢰의 첫 번째 조건은 투명성입니다. 기업은 경영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대화에 나서야 합니다. 정부도 노력하겠습니다. 공권력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대화와 타협이 이루어지도록 적극적으로 중재하고 조정해 나가겠습니다. 갈등을 조정하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본연의 임무입니다. 정치가 해야 할 의무입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맨 먼저 서민들이 고통을 받게 됩니다. 집값, 전세값은 반드시 안정시키겠습니다. 이 문제만큼은 대통령인 제가 의지를 가지고 직접 챙겨 나가겠습니다. 사교육비 문제도 해결해 나가겠습니다.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도록, 공교육의 질을 높이겠습니다. 또 어느 대학을 나와도 성공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를 개혁해 나가겠습니다. 저는 앞서, 시장개혁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나 시장개혁만으로 시장은 개혁되지 않습니다. 시장은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있습니다. 일상생활 속의 생각과 행동이 달라져야 시장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을 위해서는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문화가 먼저 정착되어야 합니다. 반칙과 뒷거래가 성공하고, 특혜와 이권이 통하는 사회에서는 시장이 바로 설 수 없습니다. '원칙과 신뢰', '투명과 공정', '분권과 자율', '대화와 타협'을 저는 국정원리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치들이 우리 의 일상생활 속에 뿌리내릴 때, 비로소 진정한 시장개혁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건강한 사회,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건강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정부와 정치가 개혁되어야 합니다.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저는 정치개혁을 말하기 전에 대통령인 저부터 솔선수범 하겠습니다. 이제 대통령의 초법적인 권력행사는 더 이상 없을 것입니다.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이른바 '권력기관'을 더 이상 정치권력의 도구로 이용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이들 권력기관을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겠습니다. 더 이상 정치사찰은 없을 것입니다. 표적수사도 없을 것입니다. 도청도 물론 없을 것입니다. 야당을 탄압하기 위한 세무사찰도 없을 것입니다. 이제 권력을 위한 권력기관은, 국민을 위한 봉사기관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또 이미 밝혔듯이, 감사원의 회계감사 기능을 국회로 이양하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국회의 감사기능와 정책역량이 향상 될 것입니다. 국회의 감사역량이 더욱 개선되면 결국 행정의 투명성도 제고될 것입니다. 권력기관 뿐 아니라 일반 공직사회도 개혁하겠습니다. 개혁의 전담기구를 두고 일상적인 개혁이 이루어지도록 해나가겠습니다. 공직사회의 효율성을 높여 국민에 대한 봉사 수준을 높여 나가겠습니다. 재정제도도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여 나가겠습니다. 공직사회의 개혁을 말하면 사람들은 부처의 통폐합과 구조조정을 머릿속에 떠올립니다. 그러나 저는 작은 정부를 말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작은 정부가 아니라 효율적인 정부라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말해왔습니다. 효율성을 높여 공무원들이 이전보다 두 배 더 국민들에게 봉사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공무원이 개혁의 주체가 돼서 공직사회를 스스로 개혁하도록 유도해 나가겠습니다. 공무원 스스로 무엇을 개혁할 것인가를 찾고 개혁을 주도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개혁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공무원에게는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입니다. 낡은 기득권에 안주하는 공무원은 낙오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우리 정치는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여야 모두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은 비용으로 선거를 치렀습니다. 그것도 비교적 투명하게 치러냈습니다.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젠 정당이 달라질 차례입니다. 정당을 당원들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이미 각 정당들이 상향식 공천제도를 채택했습니다. 그러나 지구당 위원장 스스로가 임명한 대의원들이 다시 자신을 선출하는 시스템으로는 진정한 의미의 상향식 공천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권리와 의무를 다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발적인 당원들을 확보하고 그 당원들에 의해서 상향식 공천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동안에는 국민들이 참여하는 '국민공천제도'의 도입을 제안 드립니다. 의원 여러분들께서 결심하시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정치자금은 더 투명해져야 합니다. 아울러 제도는 합리적으로 보완되어야 합니다. 현행 정치자금 제도로는 누구도 합법적으로 정치를 하기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당대표나 후보 경선을 위한 선거자금 제도, 그리고 지방자치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를 위한 정치자금 제도는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렇게 부실한 제도를 만들어놓고는 투명한 정치를 할 수 없습니다. 아울러 뜻 있는 젊은이들이 친구나 친지들로부터 도움을 받아 떳떳하게 정치에 입문하고 출발할 수 있는 길도 열어줘야 합니다. 현역의원이나 지구당위원장이 아니면 후원금을 모금할 수 없는 현행 제도로는 합법적으로 정치자금을 마련할 길이 없습니다. 따라서 현역의원이나 지구당위원장이 아닌 사람도 상식에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후원금을 모을 수 있고, 또 그 일부를 최소한의 생계자금으로 사용하는 것까지도 허용해야 합니다. 정치하는 사람에게 '뭐 먹고사느냐'고 물었을 때, 확실한 부업을 가진 경우 말고는 답변하기가 난감합니다. 그것이 우리 정치 현실 아닙니까, 국민들께 솔직히 말씀드리고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지역구도는 반드시 해소되어야 합니다. 지역구도를 이대로 두고는 우리 정치가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내년 총선부터는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에서 2/3 이상의 의석을 독차지할 수 없도록 여야가 합의하셔서 선거법을 개정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저의 제안이 내년 17대 총선에서 현실화되면, 저는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 또는 정치연합에게 내각의 구성권한을 이양하겠습니다. 이는 대통령이 가진 권한의 절반, 아니 그 이상을 내놓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많은 국민들이 요구하는 '분권적 대통령제'에 걸 맞는 일이기도 합니다. 헌법에 배치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만, 국무총리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국무위원을 임명하는 현행 제도 아래서, 국무총리의 제청권을 존중하면 가능한 일입니다. 나라의 장래를 위해서 충심으로 드리는, 저의 간곡한 제안입니다. 받아들여 주시면 좋겠습니다.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많은 사람들이 언론개혁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오로지 언론과의 부당한 유착관계를 끊는 일뿐입니다. 물론 언론개혁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정부가 하는 일은 사실 그대로 국민들에게 전달되어야 합니다. 정부가 한 일이 잘못 전달되었을 때 정부는 이것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 이것은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정부는 부당한 왜곡보도에 대해서는 원칙에 따라 대응해나갈 것입니다. 오보에 대해서는 정정보도와 반론보도 청구로 대응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민, 형사상의 책임도 물어나갈 것입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이것은 정부의 정당한 권리입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정부 부처의 사무실 방문취재를 제한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습니다.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취재 권리도 중요하지만 공무원들이 안정되게 일할 권리도 보호되어야 합니다. 열심히 일하고 있던 공무원들이 사무실에 들어오는 기자를 보고 허겁지겁 서류를 감추는 모습은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결코 보기 좋은 모습도 아닙니다. 어느 선진국도 사무실 출입을 무제한으로 허용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또한 아직 정책으로 확정되지 않은 서류나 문건이 유출되어 그것이 마치 국가의 정책인 양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일도 되풀이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자유로운 취재활동을 제한하지는 않도록 하겠습니다. 언제라도 취재를 위하여 요청하면 업무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공무원을 만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취재시에 반드시 공보관을 거쳐야 한다거나, 공무원이 이를 일일이 신고해야 하는 제한은 두지 않겠습니다. 그것은 공무원의 자율에 맡기겠습니다. 새로 시작하는 일이라 약간의 시행착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선의를 가지고 원칙대로 해나가겠습니다. 이러한 조치는 언론개혁도, 언론탄압도 아닙니다. 굳이 설명한다면, 정부와 언론관계, 그리고 불합리한 취재관행을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정부는 정도를 걸어 갈 것입니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언론도 정도로 가주시기 바랍니다. 언론은 또 하나의 권력입니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입니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위험합니다. 더욱이 몇몇 언론사가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저는 여기서 지난날 몇몇 족벌언론들의 횡포를 다시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일제시대와 군사정권시대의 언론 행태를 거듭 들추지도 않겠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대통령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었던 언론의 편파적인 보도에 대해서는 한마디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군사정권이 끝난 이후에도 몇몇 족벌언론은 김대중 대통령과 '국민의 정부'를 끊임없이 박해했습니다. 저 또한 부당한 공격을 받아 왔습니다. 그 피해는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 고통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5년 뒤에 국민의 칭송을 받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라'고 저에게 당부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언론 환경 하에서 과연 그것이 가능한 일일까 스스로 회의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그 언론들에게 간곡히 제안합니다. 개인이나 집단이나 생각이 다를 수 있습니다. 진보도 있을 수 있고, 보수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세상은 달라지고 있습니다. 공존할 줄 아는 보수, 공존할 줄 아는 진보의 시대로 가야 합니다. 더 이상 생각이 다른 사람이나 집단을 타도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더 이상 불행한 역사가 계속되어서는 안 됩니다. 서로 반대하고 싸우더라도 민주주의 규범과 원칙에 따라서 정정당당하게 싸우고 경쟁해야 합니다. 결코 지나친 요구가 아닐 것입니다. 정도로 갈 것을 요구하는 것일 뿐입니다.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요즈음 파병문제를 놓고 국회가 논란을 거듭하는 것을 보고, 많은 국민들은 대통령이 장악력이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 대통령이 국회의원에게 지시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그런 시대가 계속되어서도 안 됩니다. 저는 국회를 존중하고 의원 개개인을 존중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설사 힘없는 대통령이란 말을 듣더라도 국회를 장악하거나 지시하는 대통령이 되려는 시도도 하지 않겠습니다. 국회의원 여러분께서도 비판할 때는 비판하고 힘을 모아야 할 때는 힘을 모아 주시는, 성숙한 모습으로 협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통령의 권력을 제한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신식기준을 제시하고, 어려운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는 과거 대통령이 막강한 권력으로 국회를 지배하던 때로 회귀하려는 듯한, 이중의 잣대가 적용돼서는 안될 것입니다. 파병문제로 여야간 '특검법안' 개정 협상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조속히 마무리지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상대가 누구이든 외교상의 신뢰와 약속은 지켜져야 합니다. 남북대화가 우리측 사정으로 지장을 받아서도 안 됩니다. 한, 칠레 FTA 비준과, 'FTA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제정에도 각별한 관심을 가져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우리 함께 협력해서 국민들에게 봉사합시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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