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독의사회 대표 초청 만찬 연설
세계기독의사회 대표 초청 만찬 연설
연설일자 1990.07.19 대통령 노태우 연설장소 국제
유형 환영사 출처 노태우대통령연설문집 제3권(1) / 대통령비서실 원문보기
세계 각국에서 오신 기독의사, 치과의사 여러분, 그리고 한국기독의사회 대표 여러분.

세계기체의사회의 제 9차 총회가 서울에서 열린 것을 축하하며, 오늘 여러분과 자리를 함께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 서양의학이 처음으로 들어온 것은 지금부터 100여년 전, 기독교에 의해 이루어졌습니다.

선교사이며 의사인 미국인 알렌이 우리나라에 와서 처음 의학과 함께 서양식 신교육과 기독교적 사랑을 전파하기 시작했습니다.

알렌이 와서 한국이 서양을 처음 대할 무렵 문화의 차이는 웃지 못할 많은 일화를 남겼습니다.

수천 년에 걸쳐 높은 문화를 꽃피워 온 한국인들의 눈에는 세련된 수저 대신 창과 칼 모양의 포크와 나이프로 음식을 드는 서양인이 비문화적으로 비쳤으며, 더욱이 남녀가 유별한 유교사회에서 신사숙녀가 스스럼없이 어울려 담소하는 서양인들의 모습은 비륜리적으로 보였습니다.

서양인 의사들은 관중이나 량가에 여성 환자가 있을 경우 진단은 물론 대면조차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기는 길지 않았으며, 그들의 의술과 박애의 정신이 곧 친숙한 친구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알렌도 곧 왕실의 시의가 되었으며 왕은 그에게 조선의 관직을 주어, 한, 미수교가 처음 이루어져 초대 조선공사가 미국에 부임할 때 그의 고문이 되었습니다.

그 무렵 어느 날 왕은 서양인 시의와 고문들이 함을 뻘뻘 흘리며 정구를 치는 것을 보고 매우 의아해했다고 합니다.

왕은 곧 신하들에게 “저 힘든 일을 저 신사들에게 하게 하다니… 어서 하인들을 시키도록 하라”고 엄명을 내렸다는 것입니다.

기독교의료와 한국의 만남은 이처럼 아름답고 우정어린 이야기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로부터 기독교의료는 우리나라에 많은 병원과 의과대학을 설립하여 질병의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구원과 희망을 주어 왔습니다.

의술과 기독교뿐 아니라 서양의 문명이 이들을 통해 들어 왔습니다.

조선의 국운이 기울 때 이들은 한국인들의 친구가 되어 주었고, 나라를 잃었을 때 독립운동을 도왔습니다.

기보교의료는 이처럼 우리와 깊고 좋은 우정을 맺어 왔으며, 한국의 근대화에 많은 공헌을 해 왔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면에서 서울대회에 참가한 각국대표 여러분을 더욱 환영합니다.

나는 이번 대회가 보다 건강하고 행복된 사회… 나아가 더욱 평화로운 세계를 이룩해 나가는 데 기여할 훌륭한 계기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대표 여러분 의학은 일적부터 국경과 이념, 인종의 벽을 뛰어넘는 인간애를 바탕으로 화해로운 세계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해 왔습니다.

2년 전 우리는 서울올림픽을 인종과 종교, 국경과 이념의 벽을 뛰어 넘어 세계의 젊은이들이 우정의 한마당을 이룬 훌륭한 화합의 축제로 치렀습니다.

서울에서 다시 동서세계 각국의 기독의료인들이 존귀한 생명과 인간에 대한 사랑을 생각하며 한 자리에 모인 것은 뜻 깊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전통은 예부터 의술을 인술로 존중하고 의사를 존경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선인들은 병을 치료하는 데도 인의를 바탕으로 해 왔습니다.

한국인들은 "사람은 하늘처럼 존귀하다"는 믿음을 지녀왔습니다.

현대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생명과 사람이 경시되는 풍조가 만연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현대사회의 병일 것입니다.

현대의학은 전문화되고 나날이 발전하고 있으나 그 기술적 측면이 중시되고 생명과 영혼의 가치를 소홀히 생각하는 경향도 두드러집니다.

이러한 때에 여러분이 서울에서 ‘동방의 빛, 서방의 법’을 내걸고 의학의 진수와 기독교적 사랑의 큰 등불을 밝히는 것은 시의적절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기독의료인 여러분.

이제 세계에 넘치는 화해와 개 방의 물결 속에 기독의사인 여러분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더욱 돋보일 것입니다.

아무도 자유로이 왕래할 수 없는 높은 장벽이 남아 있는 지구상의 마지막 분단국 한국에서 여러분의 모임이 열리고 있는 것은 더욱 상징적인 일입니다.

이 자리에서 여러분께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훌륭한 분이 계십니다.

그분은 장기여 박사입니다.

장박사는 40년 전 북한에 두고 온 아내를 그리며 헌신적으로 기독교의 박수를 실천해 왔습니다.

이분은 간장수술의 선구자이시고 의료인의 사표입니다.

한국 문단을 이끈 춘원 리광수는 1936년 그가 쓴 ‘사랑’에서 장기여 박사를 주인공으로 하여 이분의 훌륭한 삶을 소설로 그렀습니다.

분단의 장벽은 장박사와 부인 사이에 지난 40년 동안 만남은 물론 편지 한 통, 전화 한 통화의 대화조차 막아오고 있습니다.

자유와 개방이 우리의 북녘 땅에도 미쳐 이와 같은 아픔이 그치고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의 날이 오기를 기원합니다.

한국에 머무시는 동안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시간을 갖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서울대회에 참가하신 모든 분, 그리고 전세계 기독의사, 치과의사 모두에게 따뜻한 인사와 함께 경의를 표합니다.

서울대회를 위해 애써오신 여러분의 노고에 사의를 표합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세계기독의사회의 무궁한 발전과 우리 모두의 건강을 위하여 축배를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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