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 눈이 채 녹지 않은 조상님의 묘 앞에 후손들의 마음이 담긴 음식을 올리고, 세배를 드리는 모습. 앞마당에 명절음식을 먹음직스럽게 차려놓고 성묘를 마친 사람들이 윷판을 벌이며 웃음꽃이 피어나는 모습. 이렇듯 설은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이웃과 친척들의 안부를 묻는 만남의 장이자, 우리 모두에게 즐거움이 가득한 기억이다.
이번 호에서는 역대 대통령의 설날을 살펴보는 특별한 시간을 마련했다.
역대 대통령은 전통 명절인 설을 어떻게 보냈을까?
대통령의 설날 아침은 여느 국민들처럼 가족과 함께 모처럼만에 오붓한 한 때를 보내는 한편, 소외계층을 방문해 따뜻한 정을 나누는 등 바쁜 하루를 보낸 것을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다.
먼저 ‘국민과 새해를 함께하는 대통령’을 만나보자
이승만 대통령 영부인 프란체스카 여사의 고아원 방문을 비롯해 역대 대통령 내외의 소외계층과 서민들을 위하는 따뜻한 온정을 느낄 수 있다.
다음으로, 역대 대통령의 새해 아침 다양한 세배 모습을 볼 수 있다. 역대 대통령의 가족과 함께, 직원들과 함께하는 모습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박정희 대통령은 새해 아침 어린이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참석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며 의미 있는 새해를 맞이 했으며, 전두환 대통령의 경우 설빔을 차려입고 가족들의 세배를 받으며 단란한 한 때를 보내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설 연휴를 맞아 고향 거제를 방문해 부모님께 세배를 하고 친지들과 즐거운 시간을 함께 했으며,김대중 대통령의 경우 청와대 관저에서 신년세배를 받으며 세배객들과 훈훈한 새해 덕담을 나누는 기록이 남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새해 첫날 수석 보좌관, 비서관 등 참모진들에게 새해인사를 받고 세뱃돈을 나눠줬는데, 이날 세뱃돈은 1만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 번째로, 역대 대통령들의 한 해 다짐과 국정철학을 담은 신년휘호를 살펴볼 수 있다.
1957년 이승만 대통령은 새해를 맞아 “나라가 부유하고 병력이 강하면, 오랜 세월에 자유를 누린다.”는 뜻의 「국부병강(國富兵强) 영세자유(永世自由)」 를, 1970년 박정희 대통령은 경제발전과 자주국방의 의지를 담은 “스스로 돕고, 스스로 일어서서, 스스로를 지키자.”는 뜻의 「자조 자립 자위」라는 한글 휘호를 선택했고, 1998년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은 국민들이 힘을 모아 당면한 외환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자는 뜻을 담아 각각 「제심합력(齊心合力)」과 「경세제민(經世濟民)」 이라는 휘호를 썼다.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은 “어려운 시기, 큰일에 임하여 엄중한 마음으로 신중하고 치밀하게 지혜를 모아 일을 잘 성사시킨다.”는 뜻의 「임사이구(臨事而懼)」를 휘호로 남겼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의 신년 설 선물’을 볼 수 있는데, 기록은 당시 시대상을 엿볼 수 있어 매우 흥미롭다. 70~80년대 설 선물은 식료품부터 내복, 방한복까지 다양한데, 받는 이들의 직업과 사정을 고려했음을 알수 있다.
1978년 해외 취업근로자들에게 전달된 박정희 대통령의 선물은 깻잎 통조림, 고추장, 김치 등으로, 오랜 해외 생활에 지친 이들에게 고국의 맛으로 위로하고자 했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1983년 전두환 대통령은 연말연시를 맞아 신문 집배원과 광부에게 방한외투를 지급했는데, 외투 오른쪽 속주머니 윗부분에 대통령 하사품임을 나타내는 ‘대통령각하 하사품’이라는 표시가 있어 당시 시대상을 보여준다.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은 ‘쌀 관세화 유예 협상’ 비준(2005)과 관련해, 당시 쌀 시장 개방에 시름이 많았던 농민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차원에서 전국 8도 명품쌀과 쌀로 만든 전통 민속주를 설 선물로 선정했으며,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은 새해를 맞아 사회 어려운 계층에게 훈훈한 설 명절의 온정을 나눈다는 의미와 함께 장애인 생산품에 대한 홍보 및 판로에 도움을 주고자, 사회적 기업에서 생산한 떡국과 참기름, 참깨 등으로 구성된 설 선물을 전달했다.
[전두환 대통령 연말연시 하사품(1983)]◆ 1983년 신문 집배원, 일반 광부 등 총 78,433명에게 지급한 전두환 대통령 연말연시 하사품입니다.
당시 시내버스, 시외버스 운전원 및 안내원 등까지 확대하여 남 · 녀 겨울내의를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되었으나, 예산 검토과정에서 '각하유보특별기금(정부 예비비)'으로 집행하기로 결정되면서 대상자 및 품목이 축소되어 집배원과 광부에게만 방한외투가 지급되었습니다. 하사품은 각 시도지사와 신문사 사장 책임 하에 시.군.구별로 전달되었으며 시도별로 전달식을 거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역대 대통령의 다양한 새해 풍경을 담은 기록물을 통해 2017년 붉은 닭의 해를 맞아, 설 명절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독자여러분들의 원하시는 모든 일들이 이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