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기록전시관 2층‘대통령의 선물’코너에 전시되고 있는 프랑스 국립 도자기제작소 세브르사의 화병이다. 짙은 푸른색 바탕에 나뭇잎 문양의 금채 장식이 돋보이는 화병은 루이 15세 통치 시기에 왕실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왕의 블루(Blue de Roi)’라는 색채 위에 금가루를 착색시키는 세브르사의 대표적인 장식 기법이 사용된 도자기다.
섬세하고 화려한 프랑스 전통 문양이 새겨진 세브르사의 도자기 화병은 1995년 3월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한‧불 정상회담에서 미테랑 대통령이 김영삼 대통령에게 전달한 선물이다. 세브르사는 1740년 프랑스 국왕 루이 15세의 지원을 받아 뱅센(Vincennes)에서 도자기 제작을 시작한 이래 1757년 왕실 직속 왕립자기소로 승격하였고 이후 200년이 넘는 오늘까지 프랑스 국립 도자기제작소로 그 전통의 맥을 이어오고 있다. 오랜 기간 관요(官窯)로서 전통기법과 최고의 도자기술을 지켜온 세브르사의 도자기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국빈용 선물이다.
외교 선물로 사용되었던 오랜 역사는 19세기 조선과 프랑스 양국의 외교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1866년 조선과 프랑스는 ‘조불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하였다. 조약 체결 2년 뒤, 프랑스 사디 카르노 대통령은 초대 조선 주재공사 빅토르 콜랭 드 플랑시(Victor Collin de Plancy)를 파견하여 고종에게 수교 선물을 보낸다. 당시 사디 대통령이 고종에게 보낸 선물이 바로 세브르사 도자기 화병이었다. 고종은 이에 대한 답례로 12~13세기에 만들어진 고려청자 두 점과 19세기 후반 제작된 반화(놋쇠로 만든 받침위에 각종 보석류로 나무와 꽃을 만들어 꽂은 조화 장식품) 한 쌍을 선물했다. 이는 조선이 개항 이후 서양국가와 수교한 이래 최초의 외교적 선물 교환이라 할 수 있다.
정상외교에서 상호 교환하는 선물은 양국의 유대감과 친밀감을 표시하는 의미를 넘어서 정상외교 활동의 증빙적 기록이자, 각국의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예술성 높은 행정박물로서 그 가치와 의미가 크다. 1868년 프랑스 대통령이 고종에게 전달한 화병이 130년이 지난 1995년 한‧불 정상회담에서도 정상외교 선물로 전달되었다는 점에서 세브르사 도자기 화병은 한‧불 양국의 오랜 외교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특별한 선물’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