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만남

만인의 연인, 배우 ‘제인 러셀 (Jane Russell)’

만인의 연인, 배우 ‘제인 러셀 (Jane Russell)’

관련정보 미8군 무대 , 핀업 걸
이승만 대통령 미국 여배우 제인 러셀 접견
이승만 대통령 미국 여배우 제인 러셀 접견
마릴린 먼로 내한 비행기에서 내리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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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대통령 미국 여배우 제인 러셀 접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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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릴린 먼로 내한 비행기에서 내리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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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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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그해 봄은 더디 오고 있었다. 3월 26일, 이승만 대통령의 82세 생일을 맞아 예정돼 있었던 경축행사 일부는 매서운 꽃샘추위로 취소해야 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전방부대에서는 모처럼 내한한 미국 위문공연단의 순회공연으로 연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는 소식이 경무대까지 들려왔다.

4월의 첫날 아침, 이승만 대통령은 이제부터 한창일 봄을 맞이하듯 잠시 후 만날 손님을 기다렸다.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영부인 프란체스카 여사의 한복이 오늘따라 화사해 보였다. 이날 경무대를 예방한 미국의 여배우 ‘제인 러셀’은 시종일관 밝은 미소로 대통령 부부와 환담했다. 제인 러셀은 마릴린 먼로와 주연한 영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1953)’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가수로도 활약하는 당대의 톱스타였고 만인의 연인이었다.
“한국의 밤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1)
제인 러셀의 말에 프란체스카 여사는 온화한 미소를 띠며 답했다.
“한국의 봄은 더 아름답답니다.”(2)
이승만 대통령이 전방부대를 방문한 소감을 물으며 추운 날씨를 걱정하자 오히려 제인 러셀의 눈빛은 생기로 반짝였다.
“저는 우리의 군인들을 존경합니다. 모두가 애국자이지요. 그들을 위해 공연을 하는 것은 저의 당연한 의무이자 큰 기쁨입니다. ”
제인 러셀은 최전선의 추위도, 불편한 시설도 아무 문제될 게 없었다며 특유의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3)

전쟁을 멈춘 지 4년이 다 되어갔지만 남과 북은 여전히 첨예한 대치상황에 놓여 있었고 32만 명을 웃돌던 주한미군 중 7만여 명이 계속 주둔하고 있었다. 미국정부는 자국의 병사들을 위로하기 위해 미국 위문협회 공연단의 위문공연을 베풀었고, 밥 호프, 마릴린 먼로, 넷 킹 콜 같은 당대의 초특급 스타들이 줄지어 내한했다. 이들의 공연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의 재건을 위해 극심한 가난 속에 허리띠를 졸라가며 살아야 했던 대다수 한국인들에게 대중 매체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미국의 대중문화를, 그것도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미국의 배우와 가수들을 통해 직접 대면하게 해주었다. 이렇게 시작된 미8군 무대는 한국에 서양식 대중문화가 주류로 자리를 잡는데 가장 큰 계기가 되었다.

대통령은 제인 러셀의 대표작인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1953)’ 의 흥행을 축하하며 한국에서의 인기를 설명했다. 제인 러셀은 6.25 전쟁 당시, 한국에 자신의 이름을 딴 고지가 있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전쟁이 발발한 이듬해부터 고지쟁탈전의 양상으로 전개되자 처절하고도 지루한 전투를 이어가던 병사들은 피와 죽음으로 뒤덮인 고지의 이름을 전투와는 무관한 이름을 붙여 긴장을 풀었고 안전한 귀향을 다짐했던 것이다. 아버지가 육군 중령이었던 제인 러셀은 누구보다도 군인들의 심정을 잘 이해했다. 자신이 일명 ‘핀업 걸(pin-up girl)’로 불리며, 자신의 몸매가 드러난 사진이 군인들에게는 어려운 상황을 견뎌내게 하는 소중한 존재란 것을 모를 리 없었다. 떠날 시간이 되자 제인 러셀은 마지막으로 대통령과 작별의 악수를 하며 환대에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했다.

그날 저녁, 한국에서의 마지막 무대를 앞둔 제인 러셀은 자신을 기다려준 천여 명의 미군들을 위해 쌀쌀한 찬바람에도 아랑곳없이 어깨를 드러낸 드레스를 입고 미8군 사령부 광장의 야외무대에 올랐다.

(1)인용 - 「“아름다운 한국의 밤” 젠 랏셀양 미군위문공연」 『경향신문』 1957.4.3.
(2)제인 러셀과 영부인 프란체스카 여사의 대화는 당시 정황을 토대로 창작한 것입니다.
(3)Jane Russell - Biography - IMDb (www.imdb.com)에 실린 그녀의 인터뷰 내용을 기반으로 창작한 것입니다.
I really think the 1940s were the best generation for Hollywood. Everybody was patriotic then. Nobody was talking the way they do now against the soldiers. It was a different era a different Hollywood then and we respected our country our leaders and our fighting men. Sure I'll admit I'm a mean-spirited politically conservative old actress. I'm not bigoted against any race just those idiots who want to spit on our soldiers' hard work or remove the Ten Commandments from our schools and courtroom walls.
참고자료
참고자료
  • 「전국서 경축행사」 『경향신문』 1957.3.27.
  • 「“아름다운 한국의 밤” 젠 랏셀양 미군위문공연」 『경향신문』 1957.4.3.
  • 스티븐 제이 슈나이더 정지인 『501 영화배우』 마로니에 북스.
  • 미8군 무대를 통한 한국재즈형성에 관한 연구」 안민용. 2013.2.
  • Jane Russell - Biography - IMDb (http://www.imd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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