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국민 감독 ‘거스 히딩크(Guus Hiddink)’

2002년 6월 22일 ‘2002 한·일 월드컵’ 준준결승전이 열린 광주 월드컵경기장. 관중석을 가득 메운 붉은 악마들은 120분 내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낮 경기의 무더위에 홀린 듯 양 팀 모두 골을 넣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태극전사들은 분명 스페인의 힘에 밀리고 있었다. 연장전까지 0-0 무승부.
16강에 오르는 것이 목표였기에 예선 3경기에 모든 힘을 쏟아붓자는 각오로 경기를 치렀고, 16강 이탈리아 전마저 117분을 뛰며 말 그대로 피가 튀는 혈투를 벌인 대표 팀이었다. 그러니 발은 무겁고 몸은 둔해 보였다. 하지만 태극 전사들에게는 끝까지 싸워 이긴다는 투혼이 엿보였다. 결과는 5-3의 극적인 승부차기 승리. 한국이 우승후보로 꼽히던 ‘무적함대’ 스페인을 연장전까지 가는 사투 끝에 0-0으로 비기고 승부차기에서 이긴 것이었다.
마지막 승부차기를 지켜보며 마른침을 삼키던 5만여 붉은 악마들은 순간 서로를 부둥켜안고 벅찬 눈물을 흘렸다. 전쟁을 방불케 한 경기를 치른 태극전사들도 부둥켜안고 눈물을 글썽였다. 마침내 이뤄낸 기적의 4강 신화. 붉은 악마들은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 “오∼필승 코리아”를 외치며 함께 눈물을 흘렸다. 운동장으로 걸어 나온 거스 히딩크(GuusHiddink) 감독은 한 명 한 명의 태극전사들을 뜨거운 가슴으로 안아주었다.


2001년 4월, 선수발굴을 위해 한국 프로축구를 참관한 히딩크 감독은 “마치 선수들이 걸어 다니면서 경기하는 것처럼 느슨하다.”(1)며 자신의 선진축구에는 못 미친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고난의 시간. 히딩크 감독은 2001년 5월 프랑스에 0-5로 대패, 2001년 8월 체코에 0-5로 참패하며 ‘오대영’이란 별명으로 얻었지만, “창피하지 않으며 좋은 경험이었다. 반드시 이긴다는 잔인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1)며 선수들을 추슬렀다. 월드컵 직전에는 한국의 16강 진출을 비관적으로 보는 외국 여론을 향해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국은 세계에 충격을 줄 것”(1)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약속을 지켰다.
2002년 6월 4일 한국팀이 유럽의 강호 폴란드를 물리치고 월드컵 본선 진출 48년 만에 첫 승을 거둔 것이다. 그 여세를 몰아 6월 14일에는 포르투갈을 꺾고 16강 진출 확정, 6월 18일에는 이탈리아를 연장전까지 가는 공방 끝에 2-1로 역전하며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북한이 이뤄낸 8강 신화를 재현했다.
관중석에서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지켜보던 김대중 대통령은 마지막 키커, 홍명보 선수의 공이 골문을 가르자 눈물을 글썽이며 조제프 블라터 FIFA 회장, 정몽준 축구협회장 등과 악수를 하고, “우리 국민 축하합니다. 선수단과 감독 고맙습니다.”(2)라며 감격스러워했다.


경기장에서는 히딩크 감독이 이 모든 열광과 환희에 화답하는 의미로 관중석을 향해 축구공을 차올렸다. 자신감 넘치는 특유의 윙크도 함께였다.
비록 4강전에서 독일에 0-1로 아쉽게 패배, 3·4위전에서 터키에 2-3으로 졌지만, 태극전사들은 이미 한국 축구 역사에 빛나는 금자탑을 쌓았고, 한국인의 놀라운 응집력과 성숙한 시민의식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 중심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은 강한 추진력과 비전 제시, 철저한 사전준비와 자신감 고취로 한국축구의 지평을 넓히며 한국인들이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큰 기쁨을 선물했다.
이에 김대중 대통령은 2002년 7월 2일 한국 축구의 4강 신화와 2002 한·일 월드컵 성공 개최를 축하하기 위한 국민 대축제가 열린 광화문 특설무대에서 히딩크 감독에게 체육훈장 청룡장을 수여했다. 한국의 이미지를 높이는데 공헌한 공로를 인정해 ‘명예국민증’도 전달했다.
이후 히딩크 감독은 그동안 한국인에게 받은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딴 ‘히딩크 재단’을 만들어 장애 아동과 저소득층을 위한 전용축구장을 전국에 건설하는 ‘히딩크 드림필드’ 복지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히딩크 드림필드’는 2007년 7월 충북 충주 성심 맹아원을 시작으로 2014년 7월 여성과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꿈의 구장’까지 12개소에 문을 열었다.


  • 참고
  • 「(인물포커스) 히딩크」, 『헤럴드경제』, 2002.6.3.
    「월드컵-한국 축구사 새로 썼다」, 『헤럴드경제』, 2002.6.5.
    「월드컵/‘지성’이면 감천, 한국 축구 새역사 썼다」, 『한겨레』, 2002.6.15.
    「히딩크 남아다오!」, 『서울신문』, 2002.6.21.
    「김대통령, 결승골 들어가자 눈물 글썽」, 『서울신문』, 2002.6.23.
    「2002월드컵/‘결승까지’ 5천만이 함께 뛴다」, 『한겨레』, 2002.6.25.
    「한국-터키 ‘아름다운 마침표’」, 『동아일보』, 2002.6.30.
    「대한민국 국민축제 성황/어제 광화문 등 10곡 개최/히딩크 감독에 명예국민증」,
    『문화일보』, 2002.7.3.
    「히딩크 감독 “유럽서 한국 유망주 육성할 터”」, 『매일경제』, 2002.7.4.
    「(히딩크 누구인가) 거침없는 입담과 화려한 어록」, 『세계일보』, 2002.7.4.
    「김대통령, 월드컵팀과 오찬」, 『헤럴드경제』, 2002.7.5.
    「소리로 보고 가슴에 담은 히딩크」, 『한겨레』, 2007.7.12.
    「히딩크, 여성과 시각장애인 위한 드림필드 12호 개장」, 『문화일보』, 2014.7.24.

(1) 인용-「(히딩크 누구인가) 거침없는 입담과 화려한 어록」, 『세계일보』, 2002.7.4.
(2) 인용-「김 대통령, 결승골 들어가자 눈물 글썽」, 『서울신문』, 2002.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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