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의 땅에 입 맞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Papa Giovanni Paolo Ⅱ)

1984년 5월 3일, 아시아 4개국 해외순방 길에 오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특별기편으로 김포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지구 반대편이라도 날아가 목자로서의 역할을 다했던 그가 조용한 아침의 나라 대한민국을 방문한 것은  한국에 천주교가 들어서고 처음 있는 교황의 방문이기도 했다.
기내영접을 받으며 트랩을 내려온 교황은 가장 먼저 무릎을 꿇고 한국 땅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순교자의 나라, 순교자의 땅.”
순교자만 2만 명이 넘는 천주교 세계 최대의 순교지, 대한민국. 조선 후기의 조선인들은 천주교를 버리지 않으면 죽음을 선택해야 했던 시절에 당당히 순교의 길을 걸어갔다. 그렇게 한국 교회는 선교 2백 주년을 맞고 있었다.

 

교황은 바티칸 시국의 원수로서 전두환 대통령의 영접과 군 의장대 사열을 받으며  공항에서 열린 환영식에 참석했다. 전두환 대통령은 환영사에서 “인류의 평화는 사랑과 관용을 바탕으로 한 화합 위에 이룩되어야 한다는 교황의 신념에 공감한다.”(1)는 뜻을 밝히고 “한국 정부와 국민이 이 땅에 이룩하기를 염원하는 것은 바로 평화와 정의”(1)라고 강조하며, 교황의 한국 방문을 기념했다.
“벗이 있어 먼 데서 찾아오면, 이 또한 기쁨이 아닌가.” (2)
논어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한 교황의 화답은 뜻밖에도 한국말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교황의 한국말 인사에 전두환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은 놀란 표정과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는 어느 나라에 가든 그 나라의 문화와 관습을 존중하던 평소 교황의 태도가 반영된 것이었다.
환영식이 끝난 뒤 성지 참배를 마친 교황은 청와대로 전두환 대통령을 예방하고 정상회담을 했다. 그 자리에서 교황과 전두환 대통령은 최근의 세계정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인류 평화와 복지를 증진하는 문제를 협의했다.

 

서울 일정을 마친 교황은 5월 4일 미사 집전을 위해 광주로 내려갔다. 한국의 수많은 도시를 두고 광주를 먼저 방문한 것은 1980년 5월의 아픔과 상처를 가진 광주시민들을 위로하기 위해서였다. 교황은 대규모 미사 집전 행사장인 무등 경기장으로 가는 길에 5·18의 상처가 짙게 배어 있는 옛 전남도청과 금남로를 거쳐 가자고 요구했다. 교황의 파격적인 행보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전남 고흥의 소록도 방문으로 이어졌다. 흔히 문둥병이라 불린 나병은 환자의 피부에 닿기만 해도 전염되는 천형의 질병으로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교황은 환자들의 머리에 일일이 손을 얹어 복을 빌고 손가락이 잘린 이들의 손을 잡으며 아픈 마음을 달래주었다.
교황은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젊은이들과의 대화 행사에도 참석해 ‘군사독재 정권의 실상을 알리겠다.’면서 청년들이 들고 온 최루탄 상자를 흔쾌히 받아 열린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엄혹했던 시절에 한국을 찾아 아픈 자, 가난한 자, 외로운 자들을 위로했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89년 세계성체대회 참석을 위해 다시 한 번 한국을 방문했다. 재위 기간 중 한국을 두 번씩이나 방문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만큼 한국이라는 나라를 마음 깊이 두었던 그는 한국의 가장 낮은 곳, 가장 어두운 곳에 자비의 손을 내민 진정한 위로자였다.

 


  • 참고
  • 「교황 분단의 이땅에 입맞추다」, 『경향신문』, 1984.5.3.
    「교황의 방한 인사」, 『동아일보』, 1984.5.3.
    「교황성하 어서 오십시오」, 『동아일보』, 1984.5.3.
    「교황, 광주서 ‘화해의 날’ 미사」, 『경향신문』, 1984.5.4.
    「교황의 한국어」, 『경향신문』, 1984.5.4.
    「교황 방한 스케치」, 『경향신문』, 1984.5.5.
    「횡설수설」, 『동아일보』, 1984.5.5.

(1) 인용-「교황 분단의 이땅에 입맞추다」, 『경향신문』, 1984.5.3.
(2) 인용-「교황성하 어서 오십시오」, 『동아일보』, 198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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