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만남
대통령에게 지휘봉을 건넨 마에스트로 ‘정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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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만남'피아노 부문 2위 정명훈(21)'. 소련이 한국 국적의 음악가에겐 대회 참가조차 허용하지 않던 시절, 국적까지 바꿔가며 모스크바에 간 정명훈의 2위 입상은 한국사람들에겐 1위나 다름없었다. 피아노 부문에서 동양인 최초로 상위 입상자가 나왔다는 소식은 전 세계 음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기에도 충분한 것이었다. 1974년 7월 11일, 정명훈씨는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뜨거운 환대에 “지금의 영광이 문제가 아니라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1) 라고 말했다. 16년 후, 정명훈씨는 지휘자로서 새로운 시험대에 서 있었다. 프랑스혁명 200돌 기념일인 1990년 7월 14일, 프랑스가 자국의 예술적 자존심을 건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의 개막공연이 끝나는 순간, 2,700여 명의 관객들은 일제히 일어나 장장 4시간 36분의 공연을 이끈 지휘자 정명훈을 향해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가 바스티유 오페라극장의 음악감독 겸 상임 지휘자로 결정됐을 때, 프랑스에서 들끓었던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는 환호와 극찬으로 바뀌었다. 그때에도 정명훈은 기자들을 향해 16년 전에 했던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오늘 밤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이것은 새로운 시작입니다.”(2) 그의 말처럼 마에스트로 정명훈은 현재의 빛나는 성취에 머무르지 않고 늘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을 좇았다. 그런 그에게 서울시향을 맡아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2005년 ‘문화 서울 창조’라는 비전을 제시한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은 서울과 한국을 대표하는 악단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서울시는 정명훈의 의사를 타진했다. 사실, 한국의 오케스트라를 위해 일하는 건 그가 오래전부터 갖고 있던 꿈이었다. 이명박 시장은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고 마에스트로 정명훈은 2005년 3월 22일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상임 지휘자로 취임했다. “고국의 오케스트라를 세계적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것은 평생의 소망이었습니다. ‘꿈’과 ‘책임’을 합친 직무로 생각합니다.”(3) 이명박 시장은 이날 취임식에 참석해 정명훈씨에게 지휘봉을 선물하며 각별한 애정과 관심을 전했다.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의 취임식은 흐리고 추운 날씨 속에 2시간 넘게 진행되었다. 취임식의 주제는 ‘국민과 함께’였고 참석자 6만여 명 가운데 2만 5천여 명이 인터넷으로 참석을 신청한 일반인이었다. 국민을 섬기는 정부가 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뜻에 따라 이날 행사장에서 장관 후보자와 청와대 수석 내정자, 대통령직 인수위원들은 모두 무대 아래, 국민과 같은 높이의 관람석에 자리를 잡았다. 이 대통령이 ‘선진화’와 ‘기업’을 수차례 언급하며 37분 길이의 취임사를 마치자 취임식장에는 정명훈의 지휘로 베토벤 교향곡 9번 4악장 ‘환희의 송가’가 연주되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들은 당신의 날개가 멈추는 곳에서 동포가 된다. 껴안아라, 수백만의 사람들이여, 너희의 입맞춤을 온 세계에 전하라!’ (쉴러의 시 - ’환희의 송가’ 중에서)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는 연주가 끝난 뒤, 이 대통령에게 다가가 말없이 악수를 나누고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을 지휘했던 지휘봉을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1)인용 -「정신력이 영예의 밑거름 국위 떨친 정명훈의 소련체험기」 『매일경제』 1974. 7. 12 (2)인용 -「정명훈 파리 개선/바스티유 오페라극장 개관공연 지휘 대성공」 『동아일보』 1990. 3. 19 (3)인용 -「정명훈 내년 취임전까지 음악고문 지휘봉」 『동아일보』 2005.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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