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만남
“서울은 세계로, 세계는 서울로” ‘사마란치(Samaranch)’ 위원장
관련정보
IOC
|
|||||||
|
한국 시각으로 1981년 9월 30일 밤 10시, 독일의 바덴바덴. 사마란치 IOC 위원장과 79명의 IOC 위원들이 제24회 올림픽 개최지를 선정하기 위해 출입이 통제된 회의실에 모였다. 올림픽 유치 경쟁에 나선 도시는 서울과 나고야. 초반에는 5년간 유치에 총력을 기울인 나고야의 압승이 예상됐지만, 서울이 바덴바덴 현지에서 열린 올림픽 전시관과 유치 설명회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면서 결과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었다. 1시간 45분 뒤, 사마란치 위원장이 개표 결과를 들고 발표장으로 들어섰다. 싸늘한 긴장감마저 감도는 가운데,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300여 명의 보도진이 위원장을 향해 카메라를 돌렸다. “쎄울 52…" 나고야의 득표수가 채 발표되기도 전에 한국 대표단은 반사적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여기저기서 놀라움과 탄성이 쏟아지고 태극기가 물결쳤다. 대한민국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개발도상국으로는 최초로, 세계 16번째로 하계올림픽대회를 치를 국가로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사마란치 위원장은 자정을 넘겨 TV로 실황중계를 지켜보던 한국인들에게 다시 한 번 바덴바덴의 감격과 열광을 고스란히 전해 주었다. “쎄울, 코리아!” ‘쎄울, 코리아’의 기적을 알린 사마란치 위원장이 1982년 4월 7일 서울에 왔다. 서울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매년 방한해 준비상황을 살필 계획이었다. 서울올림픽 준비 첫해, 잠실 종합경기장과 종합체육관, 실내수영장을 둘러본 사마란치 위원장은 ‘여러 가지 시설이 잘 갖춰져 만족스럽다. 개최국이 6년 전부터 이렇게 많은 시설을 갖춘 예는 드물다.’(1)고 평가하며 ‘한국 체육 지도자들의 열의로 보아 훌륭한 올림픽을 치를 수 있다고 확신한다.’(1)고 밝혔다. 국기원을 방문해서는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될 시기가 됐다’(1)는 의사를 조심스럽게 밝히기도 했다.(태권도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었다.) 사마란치 위원장의 방한을 염두에 둔 전두환 대통령은 4월 8일, ‘88 서울올림픽 유치에 크게 기여’한 바를 인정해 사마란치 위원장에게 체육훈장 청룡장을 수여했다. 영부인 이순자 여사와 함께 오찬을 베푼 자리에서는 88올림픽 준비 상황과 IOC 협조사항에 대해 환담을 나누었다. 하지만 서울올림픽 개막까지는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북한 측의 올림픽 방해 공세가 그중 가장 거셌다. 북한은 1983년부터 꾸준히 서울올림픽 유치는 올림픽 이념과 맞지 않으니 장소를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유럽 국가와 아프리카 등 제3 세계 국가를 상대로 외교적 총력전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사마란치 위원장은 ‘다음 올림픽의 서울 개최에 관한 IOC의 입장은 확고하며 나 자신은 올림픽 개막일에 서울의 새로운 메인스타디움에 있을 것’(2)이라고 강하게 말하며 ‘서울대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질 것을 확신한다.’(2)고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1984년 9월 29일 전두환 대통령은 올림픽 주경기장 개장을 경축하기 위해 내한한 사마란치 위원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개최지 변경 여론을 의식한 듯,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큰 열의를 가지고 88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힘을 모아 준비 작업을 철저히 추진해 나가고 있는가를 직접 보았을 것이며 서울올림픽 대회를 결정한 일이 올바른 판단이었다고 느꼈을 것’(3)이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1986년 4월 13일 전두환 대통령이 유럽 순방에 오른 시기에도 스위스 로잔에서 만나 올림픽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1988년 9월 17일 서울올림픽은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성대하게 시작되었다. 개회식에 참가한 사마란치 위원장은 한국말로 “서울은 세계로, 세계는 서울로”를 외쳐 또 한 번 한국인들의 기억에 남을 명장면을 연출했다. 하지만 올림픽의 밑그림을 함께 그렸던 전두환 대통령은 친인척 부정과 제5공화국 비리 폭로로 인한 여론 악화로 불참을 선언함으로써 서울올림픽 개막식에 참여할 수 없었다. (1)인용 -「태권도 오륜 채택 시기됐다 사마란치 위장 서울 시설은 훌륭」『경향신문』 1982.4.9. (2)인용 -「사마란치 회견 "서울올림픽 아무 변동없다"」 『동아일보』 1984.7.18. (3)인용 -「전대통령 사마란치 IOC위원장 접견」 『경향신문』 1984.9.29.
|
|||||||
